아기가 태어나면 한복을 꼭 내 손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임신 전부터 종종 아기 한복을 찾아보고, 판매하는 DIY제품 중 마음에 두는 건 저장해두고 했지만..
돌 전에는 엄두가 안나서 당근에서 구입한 한복을 입혔다.
추석이었던 5개월에는 커서 여러번 접어 입혔고, 9개월에 접어든 설에는 한번 접어 입혔다. 한복은 못 만들었지만 자수로 호박머리띠라도 만들어서 둘러주었다.
어린이집에서 처음 맞는 추석을 앞두고 한복을 구해보려고 당근을 꽤 살펴봤는데 마음에 드는 한복이 없었다. 전통한복 DIY제품을 구입해서 만들어볼까 했지만 몇 번 못 입는데 가격이 꽤 나가고.. 손바느질로 만들 자신이 없었다.
고민끝에… 개량한복을 미싱으로 만들기로 했다!
미싱을 한번도 다룬적이 없었고 일단 미싱이 없었다.. 어떤 미싱을 살지 고민하고 구입하는데 한참 걸렸고, 한복 원단을 고르고 부재료를 선택해 구입하는데까지도 한참 걸렸다.
미싱은 관련 까페에서 찾아보고 가성비 미싱으로 많이 구입하는 앨리스10을 구입했다(30만원대). 복직하면 미싱앞에 앉아있을 시간 없을텐데 좋은 장비를 구비할 필요는 없었다. 써보니 앨리스10으로 아주 충분했다👍
나머지 재료는 평소 자수 부자재를 구입하던 ‘천가게’에서 구입했고, 미싱용 실만 ‘재봉실올리비아’에서 구입했다.
가장 중요한 한복 도안도 천가게에서 구입했는데 후기를 보며 초보인데도 멋지게 만든 사진을 보고 나도 자신감을 얻고!ㅎㅎ 구상을 해보며 원단을 선택했다. 아기들은 쨍한 한복을 입어야 잘 어울리고 사진도 예뻐서 화사하고 선명한 꽃무늬 원단 위주로 찾았는데 예쁜 원단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미싱은 따로 배우러 가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딸려온 설명서 꼼꼼히 읽고, 유튜브에 좋은 영상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연습으로 가장 처음에는 다리미판 커버가 헤져서 만들어 교체하고, 에어팟 케이스를 만들어보며 기본적인 작동법을 숙지했다.
한복 재료들이 배송되고도 미루고 미루다 한참 후에 만들기 시작했다.
아기 어린이집 갔을 때, 밤잠 자고 있을 때 틈틈히 만드느라 오~래 걸렸고, 도안을 잘못이해해서 박았다가 풀고 다시 박고.. 하는 일이 반복되니 시간이 더욱 많이 걸렸다ㅜㅜ
한 시간 넘게 작업했는데 그 부분을 다시 풀어야 할 때는 하…
저고리 겨드랑이 부분은 풀고 박고를 몇 번 했더니 천이 헤져서 그 부분에 꽃모양 자수를 놓기도 했다;;
동정은 흰색으로 많이 하는거 같은데 나는 꽃무늬 원단이 좋아서 모두 같은 원단으로 만들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추석을 앞두고 완성했다.
추석 쯤이 아기가 16개월이었는데 한복도안 사이즈는 90이어서 약간 클 거라고 예상했었다.
치마 길이는 잘 맞고(바닥에 닿을락 말락) 소매는 안쪽으로 한번 접어주면 예쁘게 맞았다.
설 때 만들었던 호박장식은 줄을 떼고 머리집게로 바꿔서 머리에 꽂아주니 넘 잘 어울렸다.
치마에 장신구를 달 수 있게 고리가 있길래 갖고 있는 프랑스 자수 책(프랑스자수 원데이클래스)을 참고해서 만들어서 달아주었다.
정성은 아주 많이,
시간도 아주 많이 걸렸고 밤잠을 줄여가며 완성하느라 피곤했지만
아기가 예쁘게 입은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우리 아기 한복 만들어보고 조카도 만들어주고, 이것도 만들고, 저것도 만들고.. 생각을 했으나…
한복 하나 만든것도 벅차서 다른 건 엄두가 안난다..ㅎㅎ 다음에 또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은 펠트로 콰이어트북을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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