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은 한달 쯤, 제왕절개 예정일은 3주쯤 남은 어느날 밤.
자기 전에 커다란 배를 부여잡고 힘들다며 빨리 아기를 꺼내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배가 아프지는 않았는데 새벽에 잠이 안와서 거실에서 늦게까지 제왕절개 후기를 보며 잠을 설쳤다.
그리고.. 다음날 35주 5일째 아침.
오빠는 출근 준비하고 나는 잠깐 소변 보려고 일어났는데 그 순간 주르륵.. 물이 줄줄 아니 콸콸 쏟아졌다.
놀라서 “이게 뭐야?!”하며 오빠랑 눈이 마주쳤고, “이거 소변아니야..”라고 말하며 양수 터진게 이거구나 생각.. 그때가 6시 10분쯤이었다.
급히 씻고 챙겨서 가을이를 뒤로 하고 병원 출발.
출산가방 리스트만 작성했지 가방은 전혀 챙기지 않았기에 정말 평소 들고다니는 가방만 갖고 나왔다.
아직 35주인데..너무 이른데..
6시50분 병원 도착. 가족분만실에서 수술할 때 까지 대기. 개인정보 작성, 입원 수속, 수액 및 항생제 검사, 아기 상태 검사 등등..
일단 초음파로 아기를 먼저 봤다. 당직 선생님은 첫번째 유산 때 진료를 봤었던 선생님이셨다. 아기는 잘 있고 양수량도 충분하다고..(그렇게 많이 쏟았는데도..) 여전히 역아상태라서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35주 이전이었으면 대학병원으로 가야했다고 하셨고 태어난 아기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기만 전원할 수 있다고 하셨다. 곧 출근시간이니 안전하게 의사선생님들 다 출근하신 후에 수술하자고 하셨다. 오늘 담당 선생님은 휴일..
병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라인 연결해서 수액맞고 항생제 테스트를 했다. 라인 연결할 때 잘못한 첫번째 주사가 너~무 아파서 그게 항생제 테스트인줄.
그리고 아기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태동검사기계를 연결했다. 진통이 5분 간격으로 극심한 생리통처럼 느껴졌는데 그때마다 소변이 막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화장실 가려면 간호사샘이 태동검사 분리해줘야해서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한번이라도 소변느낌 참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ㅠㅠ
배는 점점 더 아파오는데 수술 전 검사가 있었다.
원래 이번 주 금욜에 내원해서 수술 전 검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급히오느라 처방받아 구입한 압박스타킹을 가져오지 못해서 약국에서 비싸게 사와야했다ㅠ
의사 상담(수술동의, 안내), 각종 검사, 코로나 검사, cs케어 구입 등등이 이루어진 후 수술실 이동.
수술실 가기 전과 수술실에서는 넘 아파서 눈을 꼭 감고 있어서인지 기억이 흐릿하다.
마취선생님께 페인부스터에 대해 여쭤보니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고..
척추에 마취주사를 맞을 때 아팠지만 배아픈 것 때문에 뭐든 빨리 해주길 바랐다. 마취가 되자 배 통증이 갑자기 사라지며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시37분 출산 후 아기를 보여주셨는데 마취가 덜 풀려서 꿈 속에서 아기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회복실에서 마취가 조금씩 풀리자 손바닥과 목 가슴쪽이 가려웠다. 알러지 반응이었다.. (부루펜계열 진통제 알러지반응)
35주 5일 출산으로 한달 전 조산이었지만 아기는 다행히 건강했다. 몸무게 2.68키로로 주수에 비해 나가는 편이었고 호흡관련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전원하지 않고 출산병원 신생아실내에 있는 인큐베이터에 3일간만 지냈었다. 정말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나는 수술 당일 밤까지는 많이 아프지 않았고 새벽부터 칼로 베이는 듯 넘 아파서 잠을 못 잤다.
입원 기간 동안 수술부위 통증+압박스타킹 통증+소변줄 통증이 힘들었다.
임신 기간에 붓기가 없었는데 수술 끝난 후에는 나도 역시 다리가 부어서 압박스타킹 하고 있는게 힘들었다.
압박스타킹은 소변줄 빼면서 벗었는데 발등과 종아리에 물집과 흉터를 많이 남겼다ㅠㅠ 발등 물집 때문에 걷는게
두배로 힘들었다..
8시간 마다 맞을 수 있는 진통제를 알러지 때문에 맞을 수 없었고 타이레놀을 주셔서 대신 먹었지만 넘 아팠다.
걸을 때 통증은 생각보다 더 심했고 진통제를 못 쓰니 움직임이 적었고 그래서 회복도 더딘 것 같았다.
처음 아기를 보러 신생아실에 갔던 순간.
일찍 나온 탓에 다른 아기들과 달리 인큐베이터에서 데리고 오는 너무 작은 아기를 보며 눈물이 차올랐다가.. 내 몸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다시 쏙 들어갔다ㅎㅎ
처음 모유수유를 해 보던 순간.
작은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어떻게 젖을 물려야 하는지도 몰랐던, 그래도 작은 입으로 앙 물고 땡그란 눈을 뜬 채로 열심히 젖을 빠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퇴원 하는 날은 몸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픈 상태였다. 특히 소변줄 때문인지 제왕절개임에도 회음부쪽이 넘 아프고 불편했다. 소변 마려울 때 마다 더 심해졌다.
걸을 때는 수술 부위가 아픈데 복대를 하면 훨씬 나았다. 한달 까지는 복대를 하라고 하셨는데 수술 한달 쯤 되었을 때는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수술부위 관리는 검색하다 알게 된 ”SRTO” 의료용 테이프로 하고 있다.
잘 붓지 않는 체질이라서인지 붓기는 퇴원 전에 다 빠짐. 조리원에서 기본마사지 2회만 받았고 추가 마사지 없이 조리원 퇴소 할 때, 임신 전 몸무게로 거의 돌아왔다.
출산 후 한달 쯤 지난 지금은 오히려 출산 전 보다 살이 빠졌다. 모유수유+육아로 힘듦 때문인 듯..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내 말을 아기가 들었는지, 바깥 세상이 무척 궁금했던지 예상치 못한 양막파수로 조기출산을 하게 되었고 정신없이 한달이 지나갔다.
조리원 퇴소 후 산후도우미없이 첫 2주를 보낸 뒤의 주말, 피로가 쌓였는지 쓰러질 듯한 어지러움, 인후염, 장염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매일 잠이 부족하고 혼합수유를 하며 바쁘고 피곤한 날들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아가야.
그럼에도 네가 찾아온 날 부터 내 세상은 봄이야.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널 위해 많이 배우고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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